예수회 창설자 성 이냐시오의 청년시절 이름 ‘이니고(Inigo)’. 신앙과 문화를 살아가는 예수회의 청년 이니고들이 이 시대의 청년들과 함께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들…

우리가 사는 시대의 청년들은 디지털화된 각종 미디어와 감각적인 요소들에 무척 친숙한 세대입니다. 변화가 전에 없이 빨라지고 다양한 생각이 존중 받는 시대에서 매주 참례해야 하는 주일미사는 불필요하게 여겨지며 교회의 가르침은 상당부분 고리타분하고 뒤떨어지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날이 갈수록 교회에서 청년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난다고 해서 마냥 기쁘고 자유로우며 자기만의 의미를 찾는 삶을 만끽하는 것도 아닙니다. 상당수 청년들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마음 속 공허함 때문에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사실 이런 고민에 대해서는 그 어떤 고고한 철학적 담론이나 깊은 지식조차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인생이란 보통 나 아닌 다른 인간존재가 대신하여 결정해줄 수 있는 속성의 것이 아닐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니고(Inigo)는 원래 이냐시오 성인의 본명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년 전 그가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여정을 한창 해나가던 청년 무렵까지 사용했던 이름입니다. 젊은 시절에 다른 누구 못지 않게 세속적인 가치를 얻기 위해 노력하다가 전투 중 입은 불의의 부상으로 인하여 긴 회심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알려진 성인의 삶을 고려해볼 때, 이니고라는 이름은 어쩌면 이냐시오 성인이 예수의 벗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아직 매여있는 지난 날의 모습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수회에서는 입회 후 양성과정에 있는 예수회원을 지칭해 ‘연학수사’라고 부릅니다. 적어도 십 년 이상 혹은 이보다 긴 양성기를 보내는 연학수사들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한 연유로 아직은 저마다의 고유한 약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언젠가 사부 이냐시오처럼 좋은 수도자가 되고자 하는 원의’를 마음 속에 지니고 있기에 연학수사들은 곧 ‘예수회의 청년’, ‘예수회의 이니고’이기도 합니다.

흔히 수도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은 오래 전 중세시대를 소재로 하는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삶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현대에도 예전과 다름없는 수도생활을 이어나가는 수도회들이 있습니다. 살아내는 카리스마(은사)가 서로 다른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회라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Jesuits? 항목 참조) 예수회원들은 수도회 설립 초기부터 세상의 한가운데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자 힘써온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예수회의 이니고들인 연학수사들은 시대의 청년들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비슷한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학창시절 내내 입시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날을 보냈으며 더 나아가서는 연애나 취업문제까지 큰 틀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을 고민들을 공유했습니다. INIGO는 수사들이 청년들과 막연히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이 아니라 같은 세대라는 점에 착안하게 되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문화 안에서 신앙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체험을 ‘지루하거나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나누려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태도 만큼은 어쩔 수 없는 예수회적인 삶의 방식이겠군요.)

예수회 한국관구의 이니고들

이냐시오 성인은 예수회원들에게 성찰하는 것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INIGO 또한 기도 안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가운데서 일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성찰하고 발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INIGO는 스포츠, 영화와 드라마, 교회 안팎의 시사적인 주제나 심지어는 극히 세속적일 수도 있는 주제에 관해서도 평소 생각한 것들을 자유롭게 나누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INIGO는 자유로운 나눔을 표방하되 한 가지 원칙을 갖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냐시오 성인이 저술했으며 예수회 영성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영신수련’(The Spiritual Exercises)의 54번에서 말하는 바, 즉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말하듯이” 전하는 것입니다. 예수회원들이 공동체 식탁에서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대로, INIGO는 진중한 가운데서도 즐겁고 유쾌한, 깊이 있으면서도 가벼운 태도의 열린 관점을 지향합니다.

INIGO에 글을 기고하는 예수회원들 대부분은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거나 실습단계 중에 있는 이니고(연학수사)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젊은 사제들도 함께할 수 있을 테고 어쩌면 동세대의 생각을 기꺼이 나누어 주기를 바라는 청년들도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불안의 연속이기 마련인 청년기의 고민을 대신하여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만약 다른 이의 사유와 성찰을 통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평화로움을 느꼈다면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INIGO는 보다 많은 이들이 모든 것 안에서 선을 발견하고 우리의 삶을 긍정하기를 바랍니다.

INIGO는 예수회 한국관구 산하 매체홍보사도직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은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됩니다. 만일 INIGO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나 의견을 제안해주실 분은 언제든 inigo.editors@gmail.com 이나 홈페이지 Contact를 통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INIGO는 예수회 북미지역구에서 운영 중인 The Jesuit Post로부터 많은 부분 영감을 얻었음을 밝힙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예수회가 청년들과 보다 자유로이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INIGO를 통해 기고되는 내용은 예수회 한국관구의 공식적인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Ad Majorem Dei Gloriam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2019년 봄, IN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