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좌표평면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라는 철학자의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17세기 합리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가운데 하나로,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 데카르트가 유명한 수학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아시나요? 심지어 우리는 이미 학교에서 데카르트가 수학사에 끼친 영향을 접하고 배운 일이 있습니다. 이는 곧 데카르트의 업적이 전문 수학자들만 알고 다루는 결과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우리가 중학생이 되자마자 배웠고,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좌표평면 개념이 바로 데카르트가 발명한 것이니까요. 보통 ‘직교좌표계’라고도 부르는 이 좌표평면은 영어로 ‘Cartesian coordinates system’이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서 Cartesian이라는 단어가 바로 데카르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앞에서 언급한 좌표평면을 잠깐 떠올려 봅시다. 평면 위에 두 직선을 수직으로 만나게 그어줍니다. 만나는 점이 하나 있을 텐데, 이 점을 편의상 원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얼핏 보면, 아니, 자세히 보더라도 무척 단순한 그림입니다. 이제 이 좌표평면 위에 우리에게 낯익은 여러 가지 간단한 도형을 그려봅니다. 직선도 그어 보고, 원(동그라미)도 그리고, 반듯하지 않은 삼각형(세모)도 좋습니다. (예술작품처럼 너무 복잡한 그림은 빼고요.) 그런데 수학자들은 이렇게 그려놓은 도형을 도형 대신 어떤 방정식(또 다른 우리의 골칫거리)으로 설명해도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앞에서 이야기한 원점을 중심으로 반듯하게 그린 반지름 1인 동그라미와 좌표평면 위에 ‘x^2 + y^2 = 1’이라고 써놓은 방정식에 따라 그린 그림이 좌표평면 위에서는 똑같으니, 수식으로 이 그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좌표평면이 고안된 이후, 수학자들은 여러 종류의 도형 문제를 다루던 기하학의 영역을 좌표평면으로 가져와서 구체적인 방정식을 푸는 문제인 대수학의 영역에서 다루게 됩니다. 삼각형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sin, cos, tan와 같은 이상한(?) 기호로 접근해서 풀었던 내용을 떠올린다면 그나마 친숙할 법한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친숙했던 방식을 또 다른 익숙한 방식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는 마당, 그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 바로 데카르트가 고안한 좌표평면의 의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수학에서 도형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오로지 한 가지가 아닌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도 다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물건을 산 후 무신경하게 돌려받던 거스름돈이나 신용카드를 건네는 분의 손과 표정이 함께 보일 때가 있는가 하면, 무심하게 지나쳤던 길가 코스모스에서 문득 멋쩍은 가을의 눈짓을 발견하게 되는 일처럼 말이지요. 수학에서 좌표평면이 기하학과 대수학이 서로 만나는 장이라면, 우리의 일상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입을 맞추는 무대입니다. 평소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익숙함은 새로움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모니터, 혹은 스마트폰에서 잠깐만 시선을 떼고 잠시 눈과 귀를 돌려보세요. 청아한 하늘을,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살갗에 닿는 바람을, 곁에 있는 이의 옷 매무새를, 나아가 하루의 순간들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를,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시는 바로 그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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