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일본 선방(禅道場) 방문기

공동체에서 식사를 하던 어느 날, 평소 의자에 앉을 때도 양반다리를 한 자세로 앉아 밥을 먹는 나를 늘 신기해하던 콩고 출신의 한 수사님이 약간은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내게 묻는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 자세로 밥을 먹을 수가 있지? 허리 아프지 않아?”

“응, 안 아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좌식(座式)생활을 많이 해와서 그런지 이 자세가 그냥 앉는 것보다 오히려 더 편해. 한국은 식당에서도 이렇게 앉아서 먹는 곳이 많거든.”

사실 그 콩고 수사님이 일본에 와서 언어공부 외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이 바로 어느 독일 신부님이 이끄시는 좌선회(座禅会)였다. 한 달에 두 번 좌선을 하고 돌아오는 수사님이 공동체에서 허리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그 큰 몸집으로 몸을 비틀며 앉아 있었을 모습이 떠올라 솔직히 조금 웃음이 났을 정도로, 나는 수사님의 관심을 그저 외국인들이 흔히 갖는 동양문화에 대한 호기심 정도로 단순히 치부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수사님을 지도하시는 신부님께서는 일본에서 중세철학 분야에 꽤나 정평이 나있는 분이셨다. 나 또한 일본에 오기 전 그분의 성함(리젠후버, Klaus Riesenhuber)정도는 풍문으로나마 들어본 적이 있었다. 리젠후버 신부님은 일본에 파견되기 전에 본인의 은사였던 칼 라너(Karl Rahner, 1904~1984) 신부님으로부터 대단히 촉망받던 신학생이셨다고 전해지며, 심지어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그분을 두고 독일로부터의 ‘두뇌유출’인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이제는 몸이 많이 쇠약해 지신 탓에 얼마 전 양로원으로 공동체를 옮기셨는데 전성기의 그 왕성했던 활동을 하나씩 줄여나가고 계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리젠후버 신부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을 계기로 나는 최근 시간을 내어 동료 일본 수사님과 함께 지금으로부터 약 50여년 전 순수하게 독일 은인들의 기부로 지어진 예수회의 좌선도장(神冥窟)을 방문해 보았다. 그날 하루 동안 우리는 생각보다 멋진 선방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방 하나하나를 둘러 보았는데, 이렇게나 멋진 선방(禅道場)이 이제는 그 기능을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사실 일본 예수회에서 불교식 좌선과 그리스도교 영성(특히 신비주의)을 접목한 피정(黙想会)을 처음 시작한 것은 리젠후버 신부님 혼자가 아니라 독일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일본관구 소속의 예수회원들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선구자 격인 인물은 종파나 문화 등을 초월하여 이 분야에서 아주 특별한 카리스마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라살 신부님(Hugo Enomiya-LaSalle, 1898~1990) 이다. (라살 신부님에 관한 대략적인 소개글은 이 사이트를 참조)

이렇게 역사를 따지고 들어가다 보니 생각보다 무지한 쪽은 그 콩고 수사님이 아니라 되려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가서 보니 더더욱 그랬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평범하다는 이유로 관심 밖이었던 이웃종교 불교의 매력을 서양인의 눈을 빌어 다시금 신선하게 재해석하여 전달받은 느낌이 들어 많은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동료 일본 수사님과 함께 (오른쪽이 나)

도장(禅道場)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차 안, 동료 수사님과 나는 이날의 체험을 돌아보며 ‘영성이란 곧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이며, 선배들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된 것을 다시금 새롭게 해석해 낼 수 있는 안목이 우리에게 있다면 앞으로 우리가 하는 사도직 또한 사람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대화를 서로 나누었다.

One Reply to “예수회 일본 선방(禅道場) 방문기”

  1. 리젠후버 신부님께서 칼라너의 제자이셨군요. 국내에도 “중세사상사”라는 책이 번역되어 소개된 것으로 압니다 양반다리 식사하는 수사님의 모습이 선하네요~ 화이팅!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