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살라무 말라이쿰(Marawi-kum)!

‘그리스도교 국가로 잘 알려진 필리핀에 무슬림이?’ 현재 신학과정 차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저는 최근 원주민 및 종교 간의 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필리핀 남부 민다니오 지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라위(Marawi)’라는 지역은 90퍼센트의 거주민이 무슬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필리핀 전체로 보면 85퍼센트의 국민들이 그리스도교를 믿고 있는데 유독 왜 이곳만 무슬림이 많은지 자연스레 의문이 생겼습니다. 실제 마라위 지역을 방문해보니 정말 거리를 지나는 거의 모든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라위는 전쟁 트라우마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곳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년 전 마라위에는 필리핀 정부군이 이슬람 일부 세력을 처단하려는 목적으로 군사작전을 감행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며칠 안으로 끝내고자 했던 진압계획이 실제로는 무려 넉 달 동안이나 이어지는 군사작전으로 확장되었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민다나오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할 만큼 큰 규모로 번져갔습니다. 무장 세력은 마라위에서 사목하는 치토(Chito)신부를 인질로 잡고 필리핀 정부군과 협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직접 방문해본 현장에는 여전히 부서진 건물과 잔해, 총탄 자국 등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 위치한 모스크(이슬람 사원)뿐만 아니라 주교좌성당 또한 여기저기 구멍과 일그러진 형상만을 남긴 채 당시의 처참함과 무력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마라위는 역사적으로 이미 수백여 년 전부터 이슬람의 아시아 지역 전파를 위한 거점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슬림의 분포가 자연스레 커져갔던 것이지요. 오랜 시간 역사 및 종교적으로 중요한 장소였던 마라위를 중심으로 원주민과 서방군대와의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져 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무엇 때문에 전쟁이 유발되며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아픔을 겪어야만 할까요? 이러한 전투가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전가됨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2년 전 사건의 여파로 지금까지도 임시 천막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을 잠시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 대한 복구 시도조차 없고 휑한 건물들만 방치된 풍경 위로 파란 하늘과 구름이 선명하게 다가와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찡했습니다.

마라위에 머무는 동안 이슬람 지도자 한 분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사실 그리 먼 이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아닌가?”하는 그분의 말씀이 깊게 다가왔습니다. 무릇 자신이 믿는 종교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수록 이웃 종교에 대해서도 적대감보다는 포용과 사랑이 더 커질 텐데 말이지요.

지난 해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들어왔을 때 많은 분들이 이들의 난민지위부여 및 국내정착을 반대한다고 들었습니다. 불과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은 당시 우리들의 처지는 어떠했을까요? 진정 무슬림은 어딜 가든 폭동을 일으키고 자신들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일까요?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제가 보고 만났던 무슬림들은 선한 눈빛을 지닌 우리의 이웃이었습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에게!)” 무슬림들에게 건네는 평화의 인사가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와 다른 모습이 아니길 바랍니다.

One Reply to “앗살라무 말라이쿰(Marawi-kum)!”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