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벡의 역설

[이전 연재글 읽기] 1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robot)이란 용어는 체코슬로바키아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발표한 희곡 『Rosu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서,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robota’가 어원입니다. 차페크는 자신의 작품에서 ‘작업 능력은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지만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조인간’을 로봇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만들어진 단어로 로보틱스(Robotics)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로봇공학이란 의미이며, 미국의 과학자이자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가 1942년에 출간한 단편 『Run around』에서 최초로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로봇이란 용어가 마치 형용사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청소 로봇’이라고 부르는 대신 ‘로봇 청소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런 예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로봇은 여러 개념이 혼합된 단어입니다. 당장 손 안의 스마트 폰으로 검색만 해보더라도 로봇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봇은 흔히 소프트웨어에 의해 디지털화된 기계나 컴퓨터, 인공지능, 서비스 컨텐츠까지 아우르는 말로 이해되며, 위키백과는 로봇을 ‘사람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 또는 무엇인가 스스로 작업하는 능력을 가진 기계’로 정의하면서 그 예로 산업용 로봇, 지능형 로봇, 안드로이드 등을 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로봇이 과거에는 그 기계적 요소와 기능에 초점을 두었다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지능형 에이전트나 채팅봇과 같은 소프트웨어 로봇도 드론이나 무인자동차와 함께 로봇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요사이 현대인들의 일상용어로 자리잡은 ‘스마트 온도 조절 장치’ 또한 로봇에 해당하며, 다시 말해 우리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로봇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커피머신이나 일반 자동차는 로봇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장의 기계는 로봇임에도 훨씬 복잡한 시스템인 폭스바겐 자동차는 로봇으로 불리지 않으니, 단지 시스템의 복잡도가 로봇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아닌 셈입니다. 김재호와 이경준이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에서 사용한 키워드를 통해 정리해보면, 과거에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자동화’가 로봇을 이해하는 키워드였지만 오늘날에는 ‘계산(예측) 가능성’이 또 다른 키워드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봇에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는 용어 중 하나로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카네기멜론 대학의 인공지능 전문가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이 제시한 내용인데, ‘인간에게 쉬운 일을 기계에겐 구현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흔히 인공지능 로봇 개발의 어려움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인데, 로봇에게 지능 테스트와 같은 실험에서 성인에 해당하는,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보이도록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지각하고 이동하는 일처럼 어린 아이에게도 쉬운 일을 시키기는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전자의 예로 병렬 컴퓨팅에 의한 공학 분야 지배방정식의 계산과 그에 따른 시스템 거동 예측 및 평가로서, 자동차 엔진 내부의 열 유동 현상(연료와 산화제의 혼합, 연소 및 탄소 산화물 생성 예측 등)에 대한 수치해석을 들 수 있으며, 후자의 예로는 최근까지 인공지능 로봇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했던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김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요즘 인공지능 하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 이전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인공지능 방식 또한 우리에게 꽤 친숙합니다. 탁구공을 치는 로봇이나 보행 로봇, 그리고 제조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자동화 기계가 이런 전통적 인공지능 방식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작업 내용이나 환경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새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지능을 갖추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멋있어도 인간이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한 그것은 그냥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지요. 오늘날 기대하는 인공지능, 혹은 인공지능 로봇은 결국 기계가 스스로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수준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다음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이 로봇에게 왜 그리도 어려운 일인 것일까요? 이 질문을 통해서 이제 우리는 일상과 과학의 영역으로부터 철학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전통적 인공지능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분하게끔 하려면, 인간은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설명, 혹은 적어도 그 둘을 구분하는 기준을 기계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강아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우선, 강아지는 다리를 네 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네 개인 동물은 아주 많으므로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강아지는 꼬리도 있고 털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여전히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때문에 인간은 강아지가 지닌 수많은 특징을 여러 라인으로 구성된 프로그래밍 코드로 구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코딩 된 설명을 넘어서는 강아지들을 인공지능이 똑바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일반적으로 설명하면 구체성이 떨어지고, 너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배제되는 대상이 많아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가 막연하게 강아지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무한에 가까운 변이들을 한꺼번에 묶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롭게도 이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문제에 관한 오랜 철학적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강아지를 포함하여 이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보편개념(예를 들면 어떻게 서로 다른 모든 강아지들을 ‘강아지’로 통칭할 수 있는 개념)을 가지게 되었을까? 고대철학에서 출발하여 중세의 보편논쟁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사에 대한 이해는 <이니고> 독자 여러분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다만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하여, 인간이 세상을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인 ‘논리’를 명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고, 19세기에 이르러 조지 불(George Boole)이 고안한 ‘불의 논리(Boolean logic)’가 오늘날 전산 논리의 기본 언어가 되었다는 점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회에 언급한 천재 과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고안한 ‘튜링기계’ 이후 비로소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컴퓨터’로 명명된 빠른 계산을 해주는 기계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사람들은 컴퓨터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어려운 일부터 시켜보았는데, 일례로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수학원리』를 증명하도록 했고 체스도 두게 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일도 척척 해냈으니 그렇다면 쉬운 일도 잘했을까요? 하지만 이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김대식이 『인간 vs 기계』에서 제시한 이유에 따르면, ‘쉽다’와 ‘어렵다’라는 개념에 대한 인간의 생각이 잘못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걸어 다니고, 대상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과 같이 일상적이고 쉬운 행위들은 사실 인간이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서 이미 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뇌가 별도로 문제를 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쉽다고 느끼는 것들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인간은 자신의 진화과정과 무관한 고등수학 문제는 매우 어렵게 여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공지능, 혹은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한 이해와 맞물리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감각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가? 우리는 먼저 지능의 문제에 집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지능이 무엇인지, 인간의 뇌가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인간의 뇌를 모사한 인공신경망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연재글 읽기] 3회: “지능이 아닌 인공지능”

[참고]

1. 김재호, 이경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 제이펍, 2016

2. 김대식, 『인간 vs 기계』, 동아시아, 2016

3. 유튜브 영상, Crash Course Computer Science #1~#10

4. 『하인리히 덴칭거: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CBCK, 2017

5. 『가톨릭 교회의 교리 문헌에 나타난 그리스도교 신앙』, 가톨릭출판사, 2017

*사진출처: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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