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의 멋진 뜰 이야기

서강대학교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예수회 센터에는 작지만 멋진 뜰이 있습니다. 센터 정문으로 가기 위한 작은 오르막을 올라 문을 향해 우측으로 몸을 돌리면 성모상과 예수성심상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두 성상은 이 멋진 뜰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상기시켜줍니다. 아마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요?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창세기 3장 5절)

예수회 센터가 처음 지어지고 서강대와 센터를 가르는 경계가 아직 흐릿했을 무렵, 센터 뜰은 청년남녀의 애정행각의 장소였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거룩한 땅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거룩하지 못한 행위(?)에 분노한 수도자들의 노력으로 뜰은 정화되었고, 곧 속된 영역과 거룩하고 성스러운 영역은 닫힌 문과 담장으로 구분되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센터의 멋진 뜰은 조용한 기도의 공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신심 깊은 노부인들과 노신사들, 수녀님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강의와 피정을 들으며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이 된 것이지요. 참으로 조용하고 멋진 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던 지난 5월 11일 토요일, 이 거룩한 뜰에서 다시금 거룩하지 못한 행위가 벌어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백여 명의 청년들이 노부인들과 노신사들, 수도자들을 대신하여 뜰을 차지한 것입니다. ‘IYD(Ignatian Youth Day)’란 이름아래 모인 청년들은 차분한 기도와 명상 대신 맥주잔과 들뜬 대화로 뜰의 공기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전까지 뜰에 들어서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잡아 끌던 성모상과 예수성심상은 더는 그 중심이 되는 것을 멈춘 채 뜰을 메운 청년들과 젊은 예수회원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에 중심에서 배경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진심으로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우리가 무척이나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꼭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싶었고, 이 시간을 통해서 여러분을 알고 싶었습니다.”

이 모임에 대한 첫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행사가 가능하게끔 추진한 한현배 신부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알듯이 예수님께서도 많은 집에 초대받아 가셔서 먹고 마셨습니다. 오죽하면 먹보요, 술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을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과연 먹고 마시기만 하셨을까요? 아마도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합시다.”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는 한현배 신부의 말을 유심히 듣던 서강대 학생 한 명이 나직이 말했습니다. “농부인 우리 아빠가 자주 참석하는 농부들 모임 같아요.” 개신교 소수 종파에 속한 한 대학원생도 다음과 같이 나누어주었습니다. “재미있네요. 많은 청년들이 모여서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리고 아무 틀도 없이 이야기 나누는 것도 괜찮네요.”

사실 한현배 신부는 여러모로 기이한 인물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이 없고,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캐나다인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일례로 그는 ‘Oh Canada~’로 시작하는 첫 소절을 제외하면 캐나다 국가를 끝까지 부를 줄 모릅니다. 심지어 ‘Oh Canada’는 캐나다 국가의 명칭이지요. 아무튼, 먼 길을 돌아 이제는 예수회 한국관구의 일원이 된 이 기이한 신부가 자신처럼 여러모로 기이하다고 할 수 있는 모임을 기획했습니다. 아무런 틀도 없고 별다른 이벤트도 없이, 그저 작은 동네 사람들의 모임일 법한 모습으로 그냥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말입니다. 이 기이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사건 속에서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건 이 멋진 뜰에 이토록 많은 청년들이 모인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회는 앞으로 우리시대 청년들과 더욱 많은 삶의 여정을 함께 해나가고자 합니다. 이 최초의 사건이 나중에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요? 아무쪼록 더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이 거룩한 뜰을 채워나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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