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일기] 그래, 성장한다

누군가 성장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다는 건 대단히 기쁜 일이다. 캄보디아에서의 삶이 그랬다. 특별히 장애인 교육 센터에서 지내면서 누군가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일, 그건 너무나 놀랍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이 뭔가를 배우고 익히고 또 삶을 나누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감히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누가 와도 눈을 맞추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또 웃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독특한 학생이었다. 이 학생이 처음 우리 센터에 왔을 때, 선생님들과 다른 학생들이 참 많이도 고생했다. 말을 해도 잘 듣지 않고,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해서 학생들이 함께 사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늘 인상을 잔뜩 쓰고, 또 긴장을 했는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사실 2년의 짧은 교육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누구보다 당사자인 그 학생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그 학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나자 웃기 시작했고 미소 짓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들과 주위 학생들의 도움으로, 그리고 공동체 생활이 주는 따뜻한 기운으로 인해 그 학생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였다. 물론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고 눈을 잘 맞추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먼저 내게 다가와서 내 두 눈을 바라보며 웃고 할 때면 정말 이게 기적이구나 싶었다. 나중에는 그 학생 한 명으로 인해 공동체가 훨씬 더 밝아지고 서로 다른 장애에 대해서 조금씩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할 때,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의미가 있다는 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어찌 내 짧은 안목으로만 바라볼 수 있으랴.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아주 작은 변화라도 그 학생에게는 큰 의미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의미가 좀 없으면 또 어떠한가! 이런 저런 의미 따지지 않으시고 그들을 그저 사랑스럽게 바라보실 예수님을 기억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것 그 자체가 내 사명이겠구나 싶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셨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마태 13,32) 우리 주위에, 뭔가 불확실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하느님 나라가 성장한다는 것, 우리 가운데에 점차적으로 뿌리를 굳건히 내리며 계속해서 자라고 있음을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감사히 배우고 또 느낀다.

그래, 성장한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 글은 예수회 후원회 소식지 <이냐시오의 벗들> 2017년 5월호에 실렸던 ‘수도자 일기’를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One Reply to “[수도자 일기] 그래, 성장한다”

  1. 이런저런 의미 따지지 않으시고 그저 사랑스럽게 바라보실 예수님,
    글 안에서 저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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