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줄 생각이 있으신가요?

친구들과 미래 자녀에게 종교를 물려줄 것인지에 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때면 대부분 ‘아이가 자아가 생길 때, 아이의 선택에 맡기겠다.’라는 것으로 이야기가 종결되곤 합니다. 저 역시도 다시 성당에 나오기 전까지는 ‘아이의 자유의지에 맡기겠다.’라는 구미 좋은 말로, 마치 아이의 모든 선택을 존중하는 관대한 부모가 될 것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저는 ‘초딩’이던 무렵까지는 복사단과 주일학교 활동 등에 활발히 참여하며 열심히 성당을 다녔지만, 질풍노도의 중학교 시절을 겪으면서부터 학업을 핑계로 성당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여태 성당을 나갔던 건 제 의지가 아닌 모두 다 부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하느님이 계시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느꼈기에 ‘내가 원할 때 성당으로 돌아가겠다.’라는 마음으로 성당을 떠났습니다.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성당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주말에 친구들과 노는 것이 훨씬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성당 울타리 밖 생활을 지속하던 어느 날, 성당 울타리 안에서 열심이던 친언니의 권유로 예수회 젊은이 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무렵 저는 성당을 다시 나갈지 말지 조금씩 고민하고 있기는 했지만, 너무 오래도록 떠나 있던 탓에 다시 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언니의 말에 덜컥 피정을 신청했고, 마침내 찾아온 피정 날, 저는 긴장된 마음을 안고 예수회 센터로 향했습니다. 예수회 센터 앞에 도착하여 저를 맞아 주는 성모상을 마주하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운 마음과 어딘가 익숙한 데서 오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피정 면담 중 수사님의 초대로 기도를 하면서 처음으로 저의 지나온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는데, 엄마와 언니와 함께 성당에 걸어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매주 토요일 어린이 미사가 있는 날이면 저와 저희 언니는 엄마 손을 잡고 성당까지 함께 걸어가곤 했습니다. 사실 집에서 성당까지의 거리는 어린아이가 걷기엔 꽤 먼 거리로, 가는 중간중간 엄마께 다리가 아프다고 업어달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는데, 엄마께서는 그런 저를 보고 좋아하는 노래 부르면서 걷기를 제안하거나, 딱 100걸음만 가면 도착할 거라는 회유책으로 제가 열심히 길을 걷게 해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성당 안에서 무언가를 했던 기억은 아니지만, 그때 엄마와 언니와 함께했던 그 소중한 추억이 제가 다시 성당을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준 것 같습니다.

피정 이후에도 이따금 자녀에게 종교를 물려줄 것인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앞서 밝힌 저의 입장은 과연 변했을까요? 아니요, 여전히 저는 ‘아이의 선택에 맡기겠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선택에 앞서 선택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낍니다. 따라서 저는 아이가 생긴다면, 저희 엄마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아이의 손을 잡고 주일학교에 함께 걸어가고, 주일 미사도 함께 드리며 행복한 기억을 만들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제가 간직하고 있던 소중한 추억이 망설이던 제 마음 안에 올라왔을 때, 비로소 익숙하고 편안한 성당을 다시 찾을 힘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는 자유의지에 맡기겠다는 구미 좋은 말은 넣어두고, 아이에게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추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성당’과 ‘하느님’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다짐합니다.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하실 것입니다.) 제 신앙 여정을 항상 함께해준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은 12월 26일자 서울대교구 청년주보에도 동시 기고되었습니다.)

노경아 데레사

서울대교구 오류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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