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에게 존엄성을 되돌려주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수회 베트남 관구 소속 응우옌 바 민 땀 빈센트(Nguyen Ba Minh Tam Vincent) 수사입니다. 저는 현재 예수회 캄보디아 미션에 리전시 수사로 파견되어 2년 조금 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사는 하비에르의 집 공동체는 여러 나라의 예수회원들이 모여 살아가는 국제 공동체일 뿐만 아니라 평신도 협력자들 또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은 ‘어떻게 이 국제 공동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돌아보면 참 빠르게도 흘러간 캄보디아에서의 시간은 제게 행복하지만 동시에 많은 도전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캄보디아로 리전시 파견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일주일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영어 실력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육로로 처음 캄보디아에 입국했던 날, 버스 터미널로 저를 마중 나오신 필리핀 신부님의 전화를 받았지만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프놈펜 쁘리업 써 공동체에 도착해서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를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기에 저는 스스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에게 더 잘 봉사하기 위해 크메르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매일 오전에는 언어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현지인 직원들과 가능한 한 크메르어로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언어 공부에 주어진 시간이 모두 지나 저는 번띠어이 미언쩨이 주 시소폰(세레이소포안) 본당에 파견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캄보디아 예수회 봉사단(Jesuit Service Cambodia, JSC) 소속으로 본격적인 리전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의 가난한 가정과 농부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이 겪고 있는 너무나도 힘든 생활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매우 아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논이 있어도 물이 부족했고, 집은 있지만 먹을 것이 모자랐으며, 공부하고 싶어 하는 자녀들이 있어도 학교에 가는 길은 멀고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제 안에서 올라온 첫 번째 질문은 ‘내가 저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였습니다. 쌀과 음식을 비롯해 이것저것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현실 속 그들은 여전히 뿌리 깊은 가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인도 수사님으로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존엄성을 돌려주어야 한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평수사로서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사도직에 투신하신 수사님은 비록 마을 사람들이 가난할지 몰라도 여전히 스스로 뭔가 할 수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가난한 이들에게 조건 없이 베풀기만 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해지게 할 뿐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자신을 스스로 도울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몇 달 후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로 재차 파견을 받고 나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임금을 지급하는 캐시포워크(cash for work)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교 직원들과 함께 마을을 방문해 가난하거나 혹은 늙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적당한 일을 주고 자신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제 그들은 더는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버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돈의 액수는 같아도 그것을 받는 방법이 달라진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 저는 희망과 감사함을 발견했습니다. 만일 제가 노동이란 대가 없이 그저 돈만을 주었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감사했겠지만 제가 다시 돈을 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만 했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직접 해내고 또 무언가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 경험은 제 생각을 아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만약 제가 언제까지나 ‘화려한 성’ 안에만 살면서 거저 주기만을 반복했다면, 저는 결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앞선 방법으로 돕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안 느끼게 되는 것은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주는 것은 겨우 적은 돈과 음식인 데 반해, 제가 돌려받는 것은 충만한 사랑입니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캄보디아 미션과 캄보디아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점차 올라옴을 느낍니다. 어느새 저는 이 사람들에게 가족애와 같은 감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들은 저에게 가족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돌려줄 수 있도록 미션을 도와주시는 한국 관구의 모든 후원자분께 감사와 기도를 드립니다.

(표지 사진: 캐시포워크 프로젝트로부터 임금 지원을 받은 마을 사람들이 주민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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