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계신가요?

스물아홉 살의 청년으로 삼십 대를 바라보고 있는 요즘, 저는 부쩍 이런 질문을 마음속으로 많이 하는 거 같습니다. ‘주님 어디에 계신가요?’

중, 고등학교 시절이나 20대 초반에는 기쁠 때면 그것이 당연한 것 마냥 기쁨을 즐겼고, 힘들 때나 슬플 때면 저의 이 슬프고 힘든 마음을 주님께 하소연하듯 말하거나 제 마음을 풀어줄 무언가를 했던 거 같습니다. 가족들에게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혼자 심야 영화도 보고, 낮에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 가서 책도 읽고,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걷기도 하고, 해보지 않았던 취미도 가져 보고, 너무 힘들면 슬픈 음악을 찾아 들으며 울기도 하고, 평소에는 잘 가지 않던 시간대의 미사도 드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스물아홉이 되었습니다. 취업을 하고, 내가 속한 어딘가에서 중요한 결정을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 매일매일 새롭게 생기는 고민과 어려움을 마주하며 살아가던 요즘, 잔잔하지 못한 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늘 그래왔듯 저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는 미사를 드리게 되었는데, 신부님께서는 강론 중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복음화나 신앙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기쁨이 곧 신앙입니다.”

이 말 한마디에 제가 생각해온 주님의 모습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예전의 저는 주님을 ‘거창하게 오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가 힘들 때 짠하고 나타나 나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그런 영웅과도 같은…. 하지만 주님은 어떤 영웅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 앞에 짠하고 나타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이가 아니라 늘 언제 나 묵묵히 저의 곁에 있어 주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의 응석을 받아주는 부모님과 친구들, 그들과 먹는 맛있는 음식들, 혼자 보는 영화, 편안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읽는 책, 바다를 보고 하염없이 걸을 수 있는 나만의 산책길,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작한 새로운 취미, 나의 감정을 오롯이 바라보기 위해 듣는 음악까지.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이 모든 것이 제 곁에 계셨던 주님이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주님은 태양과 닮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태양, 태양은 늘 우리 위에 떠 있습니다. 먹구름이 가득한 날이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든, 심지어 밤에도 태양은 달을 통해 떠 있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구름과 비, 어둠에 가려진 뒤편에 태양이 떠 있다는 것을 곧잘 까먹습니다.

글을 통해 제 나름 주저리주저리 나누기는 했지만, 요즘도 저는 순간순간 감정에 휩싸여 주님께서 곁에 계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곤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건 늦게라도 제 곁에 있는 주님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안건식 미카엘

제주교구 서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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