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군인 아저씨

2020년 1월,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논산훈련소로 입대하여 어느덧 전역을 앞둔 시점이 되었습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시간의 경험을 나누어보려 합니다.

군대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보다 심적으로 힘든 공간입니다. 웃고 떠들던 친구들과 작별을 해야 했고,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와야 했으니까요. 그 힘듦을 잠시나마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휴가였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19 때문에 통제되었습니다. 언제 제한이 풀릴지 모르는 기약 없는 미래의 휴가를 기다리는 것이 꽤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저에게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에도 사람들이 있고, 휴대전화도 있고 없는 게 없는데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늘 기분 좋고 설렜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다르기에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은 이토록 답답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에게 가장 큰 이유는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성당에 가지 못했고, 혼자 조용히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점점 하느님과 멀어져만 갔고, 습관처럼 배어있던 식사 기도마저 진심을 잃어갔습니다. 그렇게 몇 주를 지내다 부대에서의 삶이 너무 지쳐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 한탄을 하던 중 저도 모르게 한 문장이 제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하느님, 어디에 계십니까?”

하느님을 찾고 싶었습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하느님만 제 눈앞에 계신다면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만의 하느님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양식을 내려받아 매주 공소예절을 드리고, 매일 밤 아무도 없는 세탁실에서 홀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외로운 신앙생활이었지만 전에도 그랬듯 하느님께서 항상 옆에 계신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세탁실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두 분의 선임께 발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취침시간에 취침하지 않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선임께서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냐?”고 물으셨고, 전 솔직하게 답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게 뭔데 그렇게 열심히 믿냐? 나도 너 따라서 천주교나 가볼까?”

이 일이 있고 2주가 지나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처음으로 미사가 재개되었고, 선임 두 분이 함께 공소에 오셨습니다. 처음엔 휴가를 받기 위해 공소에 오셨지만, 꽤 괜찮은 경험이었는지 나중에는 교리교육을 받고 세례까지 받으셨습니다. 세례식 중에 두 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세례받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신부님과 세례자 두 명 그리고 대부인 제가 전부인 초라한 세례식이었지만 은총의 온기만큼은 풍성했던 현장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외로운 저에게 두 천사를 선물로 보내주신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하느님께서 함께 계셨다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병사가 군 복무기간을 본인의 삶에서 분리하려 합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내 삶의 일부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죠. 현재보다는 전역 이후의 삶에 관한 생각과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선임들의 세례 이후에는 군대에서의 삶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좋든 싫든 이 시간은 저에게 주어져 흐르고 있는 시간이었고, 좋든 싫든 이곳은 저에게 주어져 발을 딛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하느님이 마련해주신 이 시공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사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비단 군에서만 적용되는 배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군에서의 신앙체험을 떠올리고 함께 계신 하느님께 의지하여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도 이 순간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듬뿍 느끼시길 바랍니다. 항상 저와 함께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이 내용은 2021년 8월 15일자 서울대교구 청년주보에도 동시 기고되었습니다.)

이승표 엘레우테리오

예수회 대학인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청년.
교내 복사단과 가톨릭연합회에서 활동하며 신앙의 기쁨을 맛보고 예수님의 팬이 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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