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우리의 연학과 사도직

2020년 가을 예수회 수사총회를 마치며

예수회 입회 후 수련기와 철학기 그리고 실습기를 마치고 2020년에 신학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저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지난 일 년 동안 전 세계인의 삶에 그 무엇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였고 그 영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연초에 개강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닥친 코로나 소식에 처음엔 사스(SARS)나 메르스(MERS) 때처럼 “얼마 후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월과 8월에 있었던 두 차례의 확산세에 이어서 또다시 시작된 확산세로 인하여 요즘은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지닌 무거움을 느끼며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 기고문은 지난해 12월 초에 작성되었습니다.)

예수회 연학과정에 있는 수사들은 매년 두 차례 수사총회를 합니다. 철학기, 실습기, 그리고 신학기 동안 각자 흩어져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있는 수사님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봄이면 대개 공동체 바깥에서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갖고, 가을이면 어떤 주제 하나를 정해서 함께 공부하며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하지만 지난봄 수사총회 때에는 화곡동 신학원에 모여 함께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한편으론 갑작스러운 코로나 상황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던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론 그것이 신학원 공동체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2020년 봄부터 철학기와 신학기 수사님들이 모두 화곡동 신학원에 함께 모여 살게 되었는데, 모여있다보니 코로나 상황 속에서 저희의 일상이 얼마나 단조로워졌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더욱 잘 느끼게 되었습니다. 수도생활이라는 것이 애초에 단순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분들이 고생하고 계신 이 시기에 연학으로 파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현실의 고민들과 다소 거리를 유지한 채 파견받은 책상 앞에서 저희의 공부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하였고, 비대면이라는 낯선 환경에서도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후원자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간혹 부끄러움도 느껴졌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주보성인이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1568~1591)인데 성인이 신학기 수사였을 때 페스트가 이탈리아를 덮쳤고, 그때 다른 예수회원들과 함께 환자들을 돌보다가 페스트에 걸려서 돌아가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공동체 1층 로비에 있는 알로이시오 성상 앞을 오갈 때 간혹 성인과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괜히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대면 방식으로라도 봉사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고, 화상과 우편을 통해 신자분들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접해보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위축되고 소극적이며 지키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매달 있었던 공동체 회의를 돌아보면, 외부인 방문에 대한 규칙과 자가격리를 위한 공동체 지침이 가장 우선되는 주제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필요한 일이고 무엇보다 올바른 식별이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그렇게 일 년을 보내며 코로나 상황이 비추고 있는 나와 우리 공동체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받는 초대가 무엇인지는 정작 깊이 묻지 않았다고 성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시기에 ‘우리가 초대받고 있는 회심을 진정으로 청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즈음에 철학기와 실습기 대표 수사님들과 함께 2020년 가을 예수회 수사총회를 준비하게 되었고, 주제를 ‘코로나19 시대의 우리의 연학과 사도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저희는 이번 수사총회를 통해 어떤 새로운 이론이나 개념을 배운다기보다 우리 한가운데에 머무르시는 주님의 현존과 활동을 재발견하고 주님께서 초대하시는 회심을 진정성 있게 알아듣는 시간이 되기를 청했습니다. 수사총회 안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키워드는 ‘성찰과 회심’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발제자 김영훈 신부님의 미사 강론과 함께 총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의, 발제, 나눔을 통해서 우리 안의 무기력함, 답답함, 두려움, 우울, 감사, 희망을 인식했고, 우리의 관심이 자신에게만 한정되어 있으며 이웃들과의 인격적 만남이 결여되어 있다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올라왔습니다.

수사총회를 마치면서 “1박 2일의 수사총회를 통해 어떤 열매를 얻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았습니다. 수사총회를 통해 수사들은 각자 안에 있는 봉사에 대한 열망을 확인했습니다. “어떻게?” 혹은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라는 질문 이전에 각자의 자리에서 회심을 청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는 마음이 계속 이어지고 더욱 커지길 바라는 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화곡동 신학원 식구들은 학기 종강과 그 이후에 이어지는 연피정이 끝나면, 그즈음 공동체 새 식구가 될 서원자 형제들과 실습기를 마치고 신학기에 새로 진입하는 수사들과 함께 새로운 봄을 기다리며 공동식별을 하고자 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하느님께서 우리 공동체에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기도하며 나누는 시간 안에서 우리 안의 열망이 조금 더 구체화 되기를 청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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