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

캄보디아에서 사도직을 하며 지내던 어느 하루, 공동체 내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제목은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 2016) ’이다.

영화는 한 중년의 철학 교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담아내는데 그 첫 장면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나탈리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하여 사유하고 토론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현실의 삶은 그러한 근본적인 질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 남편은 갑작스레 다른 여자를 만나 떠나가고 나이든 노모는 하루가 멀다고 어리광을 피우는 바람에 가뜩이나 무언가를 잔뜩 안고 있는 그녀의 인생에는 더 큰 무게가 실린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렇듯 자신의 사고와 의지와는 별개로 다가오는 것들이 무엇이길래 삶 속에서 방황하게 하는가?’, ‘이러한 방황을 피할 수는 없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 속 그녀의 삶을 바라보며 삶에서 그런 식으로 방황하는 이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이상과 현실 속에 차이가 있어 비틀대기도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울고 절망하는 와중에도 삶은 살아진다는 신비. 잠깐의 깨달음 후에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켜 한 발짝 더 나아가 볼까 발을 내딛는 순간 삶 속으로 침투해 오는 이 모든 다가오는 것들. 그렇게 좀 더 비틀대며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어느새 한참 지나버린 시간. 첫 장면의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은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손녀를 안고 있는 나탈리의 삶으로 답을 하는 듯이 여겨졌다. ‘너 또한 다가오는 것들에 부대껴 방황하면서도 이렇게 지금까지 삶 속에 굳건히 서 있구나.’ 그러한 이해에서 오는 깊은 존중과 감사, 나와 네가 그렇게 삶을 살아냈다는 것에 대한 대견함. 이 각각이 마치 거룩함의 한 조각과도 같이 느껴진다. 다가오는 것들과 함께 삶을 살아낸 모든 존재가 계속해서 살아내고 있다는 그 사실 앞에서 난 커다란 거룩함을 느낀다.

현재 자신의 삶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거룩함을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거룩함은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닌 그저 다가오는 것들과 함께 자기도 모르게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나는 여기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언제라도 삶 속의 다가오는 것들에 압도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살아내는 모든 이들이 자신이 뿌리지도 않은 씨앗의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라 믿으며 항상 기뻐하고 항상 감사하고 항상 기도하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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