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사의 야구 이야기2: 여기가 ‘빠던’의 나라입니까?

BTS, 기생충에 이어 KBO리그가 지구 반대편에 상륙했다. 한국야구는 일본야구에 비해 그동안 덜 알려져 있었지만 확실한 콘텐츠를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배트플립(bat flip)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 5월 8일자 기사

드디어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야구를 보다 보면 타자가 홈런을 친 후 방망이를 보란듯이 던지는 행위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배트플립’, 한국에서는 일명 ‘빠따 던지기’, 곧 ‘빠던’이라고 칭한다.

코로나 19로 사태로 인해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미뤄진 여파로 얼마 전 미국 전역에 한국프로야구(KBO) 개막전이 생중계되는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유명 스포츠채널 ESPN을 통해 매일 한국에서의 경기가 중계되고 심지어 ESPN 홈페이지에는 MLB 코너 안에 KBO 카테고리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KBO리그가 소개되면서 요즘 미국에서는 두 나라 야구의 차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단연 ‘빠던’인데 미국의 야구해설자들 대부분 역시 이 빠던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한국야구에는 멋진 배트플립이 있다.

제프 파산(WSPN 칼럼니스트)

KBO가 이번주 ESPN에서 시작한다. 아주 공격적인 배트플립이 있는 실제 라이브 스포츠이다.

스콧 반 펠트 (ESPN 스포츠 캐스터)

어젯밤 저는 새벽 한 시에 깨어 있었어요. KBO 경기를 전부 다 봤어요. 어제 ESPN이 KBO 시즌 전체 중계권을 샀다는 뉴스를 봤어요. KBO리그에 배트플립이 있다는 건 모두 알죠? 어제 중계에서 첫 번째 배트플립을 봤습니다. 한 선수가 홈런을 치고 배트플립을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저는 배트플립에 대찬성이에요. 제발 더 해주세요! 메이저리그든 리틀야구든 홈런을 치면 던져버려요! 배트가 날아가는 걸 보게 해주세요! KBO는 그렇게 하고 있죠. 그것만으로 전 흥분돼요!

마크 루이노 (야구 유튜버)

한국야구를 처음 접한 많은 미국팬들은 실제로 한국선수들의 빠던을 보고 크게 환호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배트플립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한국야구 빠던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MLB팬들은 KBO리그의 빠던에 왜 그렇게 환호하는 것일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MLB에는 이상하리만큼 빠던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존재해왔다. 신사적 스포츠인 야구에서는 서로를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배트플립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배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를 할 때 서로 더 멋지게 배트를 던지려고 연습하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문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MLB에서 빠던을 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십중팔구 바로 다음 타석에 상대편 투수들에게 보란 듯이 보복을 당하기 마련이다. 투수가 타자의 머리를 향해 150km의 공을 던지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심지어는 보복구에 맞아 선수의 광대뼈가 함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곧바로 양팀의 집단 난투극으로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볼 때는 흔한 빠던일 뿐이지만 미국에서는 암묵적인 금기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야구에서는 ‘불문율’이라고 부른다. 비록 정식규칙은 아니지만 선수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행위이다. 이 불문율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홈런을 맞은 상대 투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빠던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는 야구의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우려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관중들의 평균연령은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반해 젊은 세대는 좀더 역동적인 NBA나 롤(LOL)과 같은 E스포츠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지나친 엄숙주의가 팬을 떠나가게 한다.” 이는 미국 사람들이 내린 여러 분석 가운데 하나이다. 엄숙주의가 빠던과 같은 선수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제지하고 이는 안그래도 정적인 야구를 더 정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빠던의 경우 투수들은 경기중 삼진을 잡고 마음껏 포효하고 기뻐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 가운데에는 이번 기회에 한국야구의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디 야구만 그러할까? 사실 우리 삶에도 여러 차원의 엄숙주의가 존재한다. 때로는 이런 엄숙주의가 삶의 유쾌함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MLB 팬들이 떠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안의 지나친 엄숙주의는 사람들이 나에게서 떠나가게 하고 결국에는 나를 외롭게 한다. 그러니 우리 각자도 지나친 엄격함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트플립은 여전한 논란거리이다. 어떻게 결정이 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일야구의 본고장에서 배트플립이 허용되는 날이 온다면 이를 한국야구의 ‘역수출품 1호’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한국야구의 상징이 되어버린 배트플립, 해외 팬들이 열광해준 덕분에 우리도 몰랐던 한국야구의 매력 하나를 더 발견하게 되었다.

빠던! 앞으로도 더 멋지게 던져 주길 바란다.

*표지사진 출처: ESPN 한국프로야구 기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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