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정일우 (Jung Il-Woo, My Friend, 2017)

내가 정일우 신부님을 처음 만난 것은 예수회에 입회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임종을 기다리며 병상에 누워계시던 신부님의 주름진 왼손을 슬며시 잡아 보았을 때, 잠들어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크고 억센 느낌이 내 손으로 전해졌다. 그날은 신부님과 나의 마지막 만남이기도 했다. 그러니 나는 신부님을 생전에 그분과 함께했던 주변 사람들의 말과 글을 통해 더 많이 만났다. 작게는 청년시절의 내 부모님으로부터, 보다 크게는 신부님을 우러르고 따랐던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과 그분의 기력이 쇠하고 나서도 곁을 지켰던 분들로부터 얻어진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신부님 초상의 퍼즐이 맞추어졌다. 그렇게 신부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되었고, 이 영화 또한 내게는 그런 조각들 중 하나이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장례미사 강론이 떠오른다. “정일우 신부님 같은 분이 하느님 곁에 가지 못한다면 우리 중에 아무도 천국에 갈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신부님께서) 불쌍한 저희 예수회원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청해야 합니다.” 가장 가까이 지냈던 이들로부터 진심 어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은 성인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죽기 전에 인간이 되고 싶다던 신부님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예수님을 가장 닮은 사람’, ‘하느님 안에서 늘 자유로운 사람’으로 남아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만큼은 그 만듦새나 이런저런 뒷이야기들에 관해 언급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시절부터 신부님과 인연을 맺은 감독(김동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시대의 성자가 살아낸 삶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단 한 편의 영화로 어떤 인물을 온전히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인간 정일우’에 대한 커다란 조각 하나를 얻기에는 충분하다.

One Reply to “내 친구 정일우 (Jung Il-Woo, My Friend, 2017)”

  1. 정일우 신부님이 살아계셨을 때 가까이에 한 번, 멀리서 한 번 뵐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뵈었을 때 아이처럼 환히 웃어주시던 맑은 눈빛을 잊을 수 없고, 또 용산 참사 현장에서 드리는 미사에 휠체어를 타고 오셔서, 숨으로 불을 뿜으시듯 하시면서, ‘이제서야 찾아오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 저는 사람이 되고픈 마음 그 마음 밖에는 없습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짧은 순간의 기억들이지만 제 마음 안에 진한 여운으로 여전히 남아있네요!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