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을 짓다

저는 얼마 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마지스(Magis)’에 참가했습니다. 마지스는 예수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아시아의 가톨릭 청년들이 모여 예수회 영성에 대해 배우고 각 나라의 문화를 교류하며 자신의 고유한 체험 안에서 만난 하느님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지스의 주된 프로그램 가운데에는 ‘이멀전(immers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담그다, 몰두하다, 몰입하다’라는 의미 그대로 주어진 기간 동안 온전히 몰입하고 그 시간 안에 흠뻑 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체험입니다. 이번 마지스에는 Village(원주민 마을 체험), Agriculture(농촌 체험), Construction(건축 봉사), Vipassana(템플 스테이) 이렇게 네 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는 한 가지 분야를 택하게 되는데 저는 건축 봉사를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포함해 대만, 동티모르,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태국에서 모인 15명의 청년들이 3박 4일간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흔히 ‘건축 봉사’라고 하면 시멘트를 바르거나 벽돌을 쌓고 페인트를 칠하는 일 등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마주했던 현실은 이러한 예상과는 매우 다르게 전개되었습니다. 이멀전 기간 동안 지낼 보금자리는 겨우 5평 남짓한 공간이었는데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을 비롯해 하루하루 생활해 나가는 것이 어느새 주된 미션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저희는 몸부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급한대로 담요를 이용해 남녀가 잘 공간을 분리했고 하나의 화장실을 15명이 돌아가며 사용했습니다. 또한 함께 청소를 하고, 일부는 장을 보러 가고, 몇몇은 식재료를 손질하기도 했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했던 나눔의 시간

다사다난했던 3박 4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동안 모든 일은 아무런 탈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사이라 여겼던 때조차 서로의 손발이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습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해 채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어디에서 그런 마음이 올라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내 가족’이 잘 공간이라 생각하며 손 걸레질을 하고, ‘내 가족’이 음식을 먹을 그릇이라 생각하며 설거지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국적과 언어, 문화와 살아온 시간이 너무나도 달랐던 구성원들이었고, 심지어 연령대도 다양했지만 3박 4일의 시간은 저희에게 단순히 친구를 넘어 가족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선택한 것은 건축 봉사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단순히 건물을 뚝딱 짓는 일 만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멀전을 통해 저희는 애틋한 우정을 건설하였고, 나아가 그 우정 안에서 하느님과 더욱 끈끈한 관계를 건설했습니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진 않는 것 모두를 ‘construct’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합니다.

돌아보면 첫날 청소를 하며 느낀 ‘어디에서 올라온 것인지 몰랐던’ 그 마음 또한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저에게만 주신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모두에게 내려 주신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모두가 ‘내 가족’을 위한 일을 하는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그래서 아마 모두가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마지스를 통해 저는 또 한 번 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하느님을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를 준비시키시고, 제 주위를 천사들로 채워 놓으신 저의 하느님께 이 모든 시간을 봉헌합니다.

(이 글은 2월 23일자 서울대교구 청년주보에도 동시 기고 되었습니다.)

최유진 스텔라

새로운 만남을 좋아하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가끔씩은 혼자만의 시간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고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며 버블티를 좋아하는 사람. 인생에 지나치게 많은 계획들을 가지고 살아가기 보다는 매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 일상 가운데 발걸음을 내딛고 새들이 노래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오늘을 하느님의 ‘지금’과 그분의 나라로 인식하며 살아가고 싶은 가톨릭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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