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e Francis: A Man of His Word (2018)

오늘은 오랜만에 영화관에 다녀왔습니다. 평소 간간이 홀로 학교 근처 자그마한 상영관을 찾곤 하지만 최근에는 중요한 시험을 이유로 한동안 멀리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몇 번이나 기억을 되돌려 보아도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발을 들인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사실 오늘만 해도 미리 계획했던 일정은 아니었으나, 늘 그렇듯이 발걸음은 제 마음과는 다른 곳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나이가 몇인데’ 여전히 이런 일탈로부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려니 약간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개봉 첫날의 온기를 얼른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영화의 제작은 교황님이 선출된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에게 흔히 ‘세계 3대 영화제’라고 알려진 영화제들에서 모두 수상한 바 있는 독일출신의 감독 빔 벤더스(Wim Wenders)는 어느 날 바티칸의 소인이 찍힌 편지 한 장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교황의 사도직 활동을 담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협력해 달라는 초대가 들어있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그였지만, 이내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인물을 직접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그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교황직 취임 5주년이 되던 지난해 봄, <Pope Francis: A Man of His Word(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는 세상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도 더 지난 현시점에서야 개봉을 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감독 빔 벤더스와 프란치스코 교황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시피 교황님은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최초의 남반구(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입니다.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이기도 하지요. 또한 단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향해 환경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호소한 교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화와 가난의 사도였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교황이니 실로 여러 범주에서 특별하지 않을 수 없는 교황이라 하겠습니다. 정작 하겠다는 영화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마냥 관련정보만을 나열한다고 느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주변을 맴도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들 내용 모두는 영화 속에 묘사되는 교황님을 보다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Pope Francis: A Man of His Word>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여정과 각종 연설, 그리고 인터뷰를 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가장 소외되고 신음하는 이들을 찾아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운데, 깊은 슬픔으로 말조차 건네기 어려운 아픔에는 무거운 침묵으로 함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얼굴에 늘 미소와 웃음꽃이 피게 하는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가 스크린 위에서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고 그들을 대변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방문하는 모습

수많은 난민들의 희생을 두고 이를 방관하는 지도자들에게 자신을 포함해 누구든지 처음에는 이민자이자 외국인이었음을 강조하고, 죄수들을 찾아가서는 그들의 발을 씻어주고 입을 맞추며 교회에서 최초로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이는 다름 아닌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형에 처해졌던 우도(右盜)임을 상기시켜주는 분. 청년실업을 포함한 사회의 구조적 가난에 강력한 어조로 맞서길 주저하지 않고, 비단 사람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피조물(어머니 지구)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 이러한 모습들 때문에 지금도 교회 안팎으로 많은 이들이 그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새삼스럽게 꾸며낸 것이 결코 아닌, 앞서 설명한 대로 그저 인간 ‘호르헤 베르고글리오(Jorge Bergoglio, 교황님의 본명)’가 살아온 지난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다름없다고 하겠습니다.

직접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고 기꺼이 입을 맞추는 모습

영화에서는 사목자로서의 활발한 활동 외에도 종교 간의 일치, 교회 내 여성의 권리, 동성애자들에 대한 입장,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추행 등과 같이 다소 민감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분명하게 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평소 교황님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음에도 정작 그분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으로서 가진 사목적 태도나 입장은 잘 몰랐다고 한다면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그 방향성과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연출이면서도 한 시간 반이 넘어가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교황님은 사목자에게 필요한 태도로 ‘가능한 많이 듣고, 가급적 적게 말하고, 상대의 눈을 바라볼 것’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 인터뷰 내내 교황님은 줄곧 스크린 너머에 있는 우리의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의 일부는 마냥 듣기에 좋고 즐거운 것이라기보다 단호하고 타협하지 않는 성격의 것이기에, 때로는 매우 예리하며 듣는 이에 따라 불편함을 야기하는 말, 도전이 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고, 상대방과 눈을 맞추세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입니다. 아무리 세상의 논리에 맞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라 해도 스스로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무기는 그분의 말(his word)이 전부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옛날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군중이 전에 없던 권위를 발견했던 것처럼, 그 말은 무게와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두 눈이 차츰 촉촉이 젖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변 곳곳에서도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며 과연 이 눈물이 어떤 의미였을지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어쩌면, 아마도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더는 ‘자신의 말을 사는 사람(a man of his word)’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2 Replies to “Pope Francis: A Man of His Word (2018)”

  1. 교황님의 권고문을 읽으면서 많은 신앙적인 깨우침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따끈따끈한 후기를 보니 어서 영화를 보러 가고 싶네요~!

  2. 참 따스한 글 감사해요. 수사님의 글 읽은 후 조만간 영화 보러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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