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아닌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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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선 지능(intelligence)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능이 무엇인지는 학자들마다 다르게 정의하지만 대체로 ‘문제해결능력’과 관련됩니다. 문제해결능력이란, 수학적이거나 논리적인 문제를 푸는 능력만이 아니라 지능을 가진 주체에게 가장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여러 행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능력, 즉 의사결정능력을 의미합니다. 사실, 인간의 삶이란 끊임없는 의사결정의 연속입니다. 따라서 지능은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지능은 생명체만의 전유물일까요? 독자적으로 자신의 생존을 책임졌던 화성탐사로버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1964년에 발사된 메리너 4호가 화성의 근접거리 사진을 지구에 최초로 전송한 후, 1975년에 발사된 바이킹 1호와 바이킹 2호는 최초로 화성표면에 안착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화성탐사부터 화성의 표면을 누비며 실험 및 측정을 할 수 있는 화성탐사로버(Mars Exploration Rover, MER)가 등장하게 되면서 화성에서의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까지 화성에 도착해서 활동한 로버는 총 4대입니다. 첫 번째인 소저너(Sojourner)는 1997년에 도착했고, 그 다음인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2004년에 도착했으며, 최근에는 큐리오시티(Curiosity)가 2012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로버를 지구에서 원격조정하기에는 화성이 지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신호를 주고받아도 평균 25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두 번째 로버인 쌍둥이 로버(스피릿과 오퍼튜니티)부터는 자율이동능력을 포함한 인공지능이 탑재되었습니다.

화성탐사에 활용된 로버들 (출처: Forbes)

첫 번째 로버인 소저너는 자신을 화성에 데려다 준 착륙선 패스파인더(Pathfinder)를 통해 지구와 교신했습니다. 소저너는 자율적으로 이동경로를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패스파인더가 주변을 촬영하여 지구로 사진을 전송하면 지구에서 다시 패스파인더를 통해 소저너에게 하루 동안 이동해야 하는 경로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소저너는 하루에 겨우 1m가량의 거리를 주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저너는 화성에 도착한 지 80여일 만에 지구와 연락이 끊겼는데, 패스파인더의 건전지 고장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참고로, ‘건전지만 갈아주면 패스파인더나 소저너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낭만적인 가능성 때문에 영화 〈마션(The Martian)〉에 이들이 다시금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소저너가 이동능력을 갖췄음에도 더 많은 탐사활동을 하지 못한 것은 이동경로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패스파인더를 활용하는 모습 (출처: The Martian Fandom)

뒤이어 화성에 도착한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서로 다른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고, 화성 적도의 서로 다른 반대쪽 표면에 각각 안착했다. 이들 로버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밤 동안 자신의 온도를 유지하는 일과 야간 미션에 필요한 전력을 배분하는 일 외에도 지구에서 정해준 목적지까지 현지 상황을 고려하여 스스로 이동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구로 전송할 데이터량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촬영한 영상데이터를 분석하고 편집하여 중요한 내용만을 선별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 쌍둥이 로버는 소저너보다는 확실히 많은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초당 5센티미터의 속도로 약 10초간 이동한 후 일시 정지해서 주위를 촬영하고, 그 결과를 자체 분석하여 장애물이 발견되면 경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하루 평균 800m 이상을 이동했던 것이지요. 이동 중에는 관심을 가질 만한 암석이나 지형물을 지나쳐버리는 일이 없도록 과학자들이 미리 정해준 화성의 암석과 지형 정보를 사용하여 만일 기준에 맞는 것이 촬영되면 스스로 고해상도 촬영을 추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대략 90일 가량 임무를 수행할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여러 해 동안 작동하며 우리에게 화성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려 주었습니다. 나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이들 로버가 촬영한 화성 표면의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mars.jpl.nasa.gov/mer/)

한편, 이후에 도착한 큐리오시티의 경우에는 최근까지 활동했는데, 자율주행과 영상분석을 위한 인공지능은 오퍼튜니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선 혁혁한 진보가 있었습니다. 쌍둥이 로버와 큐리오시티가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데에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컸고, 인간은 효율적인 화성탐사를 위해 로버의 행동 제어를 부분적으로 포기했습니다.

쌍둥이 로버의 경우, 앞서 언급한 지능의 정의에 비추어볼 때 지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 단순히 화성표면을 이동하고 영상을 촬영하는데 그친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니라고 답한다면, 로봇이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은 경우에는 ‘진짜 지능’에 더 가까워진 것일까요? 우리의 근본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왜 인간의 지능은 지능이고, 기계의 지능은 단지 ‘인공적인’ 지능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공지능’이 ‘지능’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 제시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번영을 위해 복무하는 한, 자신이 아닌 인간이라는 다른 주체로부터 위임받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한, 인공지능은 지능일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의 방법 혹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택 가능한 해결책의 효용값*은 문제풀이의 주체에 따라 달라지므로, 지능은 주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방안 온도에 따라 스스로 작동하고 멈추는 에어컨, 더 나아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파고 역시 인간에 의해 선택되고 잘 정의된 한 가지 문제에 특화된 낮은 수준의 인공지능일 뿐입니다.

부여받은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지능이란, 그것을 소유한 생명체, 혹은 주체의 목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지능이 생명체의 목적과 관련이 있다면, 지능은 자기보존적이고 일관된 선호도를 기반으로 하는 자기복제도 전제합니다. 끊임없는 자기복제는 생명현상의 본질이며, 생명체는 그 목적을 위해 ‘지능’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젠가 인공지능이 자기 자신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인간이나 동물처럼 자기복제를 목표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날이 도래할 수도 있겠지요. 비록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마 그때가 되면 우리는 생명의 개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현재의 수준에서 본다면,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지능, 혹은 뇌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그것을 전산언어로 모델링한 후 인간 지능의 특정 측면이나 기능을 기술적으로 극대화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과정을 이해하기 위하여 신경과학자들은 경제학의 ‘효용이론’을 도입한다. 이는, 선택 가능한 대상이나 행동의 가치값인 효용으로부터, 서로 다른 가치를 갖는 것들 간의 비교우위를 정량화하여 이해한다.

[참고]

1. 이대열, 『지능의 탄생』, 바다출판사, 2017

2. 김의중,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입문』, 위키북스, 2018

3. 타리크 라시드 저, 송교석 역, 『신경망 첫걸음』, 한빛미디어, 2017

4. Mars Exploration Rovers, https://mars.jpl.nasa.gov/mer/ (2019.5.13.)

전면 이미지 출처: 나사 (nasa.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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